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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4

별모양의 병 별모양의 병 집에서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면 아주 작고 아담한 가게가 있다. 그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매우 다양하고 신기한 것들이 진열되어 있어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오늘은 어떤 물건이 들어와 있을까 하는 기대심을 불러일으키는 그곳은 작지만 강한 꿈과 희망 그리고 열정이 피어나는 곳이다. 아담한 가게는 오직 비가 오는 날에만 문을 연다.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낮과 밤에 맞는 우산을 쓰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낮에 가게에 가야할 일이 생기면 빨간 우산을, 밤에 가야할 일이 생기면 파란 우산을 쓰고 가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낮에 파란 우산을 쓰거나 밤에 빨간 우산을 쓰면 들어갈 수 없었고 그외의 다른 색깔의 우산은 출입이 불가능했다. 이런 특이한 조건을.. 2021. 8. 25.
잠 잠이 오질 않아 창문 밖 바깥풍경을 바라보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보이질 않았고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쓸쓸하게 비추고 있는 조용한 도시의 밤이었다.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데 하얀 옷을 입은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높은 목소리였다.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고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불안감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눈을 뜨니 방 안에 햇살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리려 일어나니 아내는 잠시 볼일이 있어 나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새벽에 느꼈던 아득함이 미미하게 남아있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시간은 12시가 되어 있.. 2021. 8. 24.
새로운 인형 '루시' 새로운 인형 '루시' 한 소녀가 바깥으로 나왔다. 현관문을 열고 나온 후 소녀는 문 앞에 서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살짝 열려있는 문 사이로 짙은 향냄새가 풍겨왔다. 절에서 날 법한 향이 은은하게 바깥으로 퍼져 나왔다. 예닐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는 품에 작은 곰인형을 하나 안고서 총총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화창하고 좋아서 그런지 소녀의 마음 또한 푸른 하늘처럼 맑고 밝은 듯했다. 귀여운 곰인형을 안고서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니 곰인형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 같았다.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곰인형에 대해 물어보자 곰인형의 이름은 '루니' 라고 했다. 인형에 대해 물어보자 아이는 술술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빠가 외국에 나가서 선물로 사다준 인형이라며.. 2021. 8. 21.
꽃 한송이의 작은 북(鼓) 꽃 한송이의 작은 북 작은 북에다가 꽃을 그려넣었다. 품 안에 있는 북을 들어 꽃을 한송이, 한송이 정성스레 그렸다. 전에는 그림도 무늬도 없이 텅 비어있는 모습이었는데 모처럼 기분이 나서 이렇게 꽃을 그려넣으니 늘 분신처럼 들고 다니던 북처럼 보이질 않았고 선물을 받은 듯 새롭고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북을 두드릴 때 예전에 나던 소리와는 조금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손으로 북을 두드릴 때마다 들려오던 소리가 평소와 같지 않고 꽃을 그려넣은 이후부터 어떤 알 수 없는 영롱한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옆에 앉아 함께 북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는 미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손에 들고 있는 북을 기묘하다는 듯이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북에게서 멀어져갈 때쯤, 시계는 .. 2021.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