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두런두런

꽃사슴 2021. 8. 24. 16:05

 

잠이 오질 않아 창문 밖 바깥풍경을 바라보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보이질 않았고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쓸쓸하게 비추고 있는 조용한 도시의 밤이었다.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데 하얀 옷을 입은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높은 목소리였다.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고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불안감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눈을 뜨니 방 안에 햇살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눈을 비비고 정신을 차리려 일어나니 아내는 잠시 볼일이 있어 나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새벽에 느꼈던 아득함이 미미하게 남아있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시간은 12시가 되어 있었다. 머릿속이 멍하고 어지러워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눈앞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순간 잠이 쏟아져 침대에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시계 바늘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떠보니 방 안은 짙은 어둠으로 가득했고 옆에는 아내가 아무 일 없는 듯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 온종일 잠만 잤던 날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침대 옆 협탁 위에 항상 자리끼를 놓아 두곤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물이 보이질 않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주방으로 나가 물을 마셨다. 큰 컵에다 물을 가득 부어 벌컥벌컥 마시며 눈을 돌려 시계를 바라보니 밤 9시가 되어 있었다.

 

슬슬 졸려오기 시작했지만 정신을 조금 차리려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불 꺼진 고요한 정적만이 흐르는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있는 일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내는 온종일 일에만 매달려 있던 날 위해 일부러 깨우질 않고 편히 쉬게 놔두었던 것 같다.

 

밀려오는 졸음을 이겨내고자 TV를 켰다. 밤 9시 뉴스를 보기 위해 채널번호를 누르자 평소와 다르게 새로운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뉴스를 보고 있는데 순간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잠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728x90

 

 

아내의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했고 통통하게 살진 몸이 작고 왜소해져 있었다. 심장을 한대 얻어맞은 듯한 나는 불을 켜고 방 안 화장대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은 활달하고 씩씩한 젊은 30대 초반의 남성이 아니었다. 거울은 늙고 힘없이 축 처진 어깨와 주름살로 근심 가득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이럴리가 없어. 이래서는 안 돼... 깊이 잠들었던 시간 동안 나는 늙어버린 것인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시계 바늘은 어느새 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잠드는 것이 두려워졌다. 자고 일어나면 내 모습은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생각하니 몹시 두려워져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안 돼. 또다시 잠이 몰려온다. 안, 안 돼.

 

똑똑똑. 노크 소리가 세 번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아이가 곰인형을 끌어안은 채 총총 걸음으로 다가와 잠에 깊이 빠져있는 나를 깨웠다. 순간 눈앞이 환해지며 잠에서 깨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가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깨우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가 되어 있었고 나는 어지러움을 느끼며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화장대 거울을 봤다. 덜 깬 모습으로 약간 부어있는 얼굴, 젊은 30대 초반 여성의 내 모습 그대로였다.

 

놀란 가슴이 진정되질 않아 멍하니 앉아 있는데 밖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거실로 나가보니 젊고 씩씩한 남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꿈을 꾸었던 건가 보다. 순간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졸음이 쏟아져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째깍째깍 시계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잠이 오질 않아 창문 밖 바깥풍경을 바라보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보이질 않았고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쓸쓸하게 비추고 있는 조용한 도시의 밤이었다.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데 하얀 옷을 입은 여자의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높은 목소리였다.

 

순간 눈앞이 아득해졌고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불안감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지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아침이 밝아오기 전에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려고 했지만 정신이 멍해지면서 잠이 쏟아졌다. 눈앞이 아득해지며 빙글빙글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갔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째깍....

728x90

'두런두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모양의 병  (0) 2021.08.25
새로운 인형 '루시'  (0) 2021.08.21
꽃 한송이의 작은 북(鼓)  (0) 2021.08.19